인간과 메뚜기

식용곤충

메뚜기목의 곤충은 특히 여러 국가에서 식용곤충으로서 인간 식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벼메뚜기, 방아깨비 등은 우리 나라에서도 간식거리로 여겨졌으며 지금은 식용 귀뚜라미도 개발되고 있다. 기근이 심한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서는 떼로 이주하는 습성을 가진 여치나 메뚜기들을 잡아 비상식량으로 저장하기도 하였다.

울음소리 즐기기

중국과 일본에서 우는 곤충을 사육하고 그 소리를 즐기던 전통은 매우 역사가 깊다.

중국의 귀뚜라미 싸움과 그 유래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귀뚜라미 두 마리를 싸움 붙이고 그 승부에 거액을 걸어 도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한국의 귀뚜라미는 가을밤에 사람들의 심경을 건드려 주는 감상적인 곤충이지만 중국의 귀뚜라미는 사람을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벼락부자를 만드는가 하면 패가망신시키는 무서운 존재이다.
북경, 남경, 상해, 항주 등 중국의 모든 대도시에는 귀뚜라미 시장이 있어서 언제든지 싸움을 잘하게 생긴 귀뚜라미를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다. 싸움은 전문 투기장에서 시킨다. 투기장은 큰 양은함지 크기의 통인데 귀뚜라미가 뛰어 넘지 못하도록 그릇 둘레가 50cm 가량 높다. 이 통의 한 가운데를 판자로 막은 다음 한쪽에 한 마리씩 귀뚜라미를 집어넣는다. 싸움을 시키려면 우선 흥분을 시켜야 되니까 귀뚜라미의 주인이 각기 자기 귀뚜라미에게 약을 올려야 한다.
약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말꼬리로 만든 작은 붓끝으로 귀뚜라미의 머리를 살살 간지르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지럽고 기분이 좋은 듯 찍찍 소리를 내며 울지만 계속해서 간지르면 나중에는 귀찮다는 듯 화를 내게 마련이다. 귀뚜라미 두 마리가 모두 극도로 약이 올랐을 때 심판관이 가로막은 판자를 빼어낸다.
두 마리가 맞붙어 싸움을 시작한다. 서로 상대방의 머리를 물어뜯는데 한쪽이 도망하면 끝까지 추격한다. 귀뚜라미에게는 동족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서 싸움이 아주 결사적이다. 게임은 약 5분만에 끝나고 심판의 판정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면 이긴 편이 건 돈을 차지한다. 판돈은 쌍방의 합의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므로 한번에 집 한 채를 날리는 수가 허다하다.
귀뚜라미 투기장은 대개는 큰 빌딩이라 그 안에 여관, 목욕탕, 이발소 등의 접객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사람들이 며칠씩 밤을 새우기 때문이다. 건물 안 광고판에는 어떤 귀뚜라미가 몇 전 몇 승으로 얼마를 벌었다든가 하는 광고가 나붙고 그 귀뚜라미를 비싼 돈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의 발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먹여야 귀뚜라미의 체력이 왕성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귀뚜라미 상인이나 전문 도박사들은 일부러 웃통을 벗고 모기에게 피를 빨린 다음 그 모기를 잡아서 귀뚜라미의 먹이를 장만한다. 결국 자기 피를 귀뚜라미에게 먹이는 셈인 것이다.
중국의 귀뚜라미는 생물분류학에서는 50여 종이지만 도박사의 기준으로 분류하면 63종이나 된다. 귀뚜라미에 관한 한 곤충학보다 도박이 더 발달된 셈이다.
귀뚜라미 싸움은 옛날 중국 궁중에서 궁녀들의 놀이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때는 바로 8월 추석 밝은 달밤에 궁중 후원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비애의 노래에 도취된 궁녀들은 촛불을 켜들고 구슬픈 노래를 연주하는 주인공을 찾아보니 귀뚜라미 무리였다고 한다. 궁녀들은 귀뚜라미를 실내로 들여와서 맛좋은 음식을 제공하여 가면서 독특한 귀뚜라미의 연주곡을 감상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귀뚜라미에게는 또 한가지 호전적인 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 때부터 궁녀들은 음악도 듣는 한편 오락으로 귀뚜라미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구경하던 나머지 얼마간의 금전을 걸고 승패를 결정하는 도박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궁녀들의 특별한 취미와 작은 도박이 궁내에 출입하는 고관대작까지도 알게 되었다. 흥미를 가지게 된 고관들은 이것을 민간으로 가지고 나오게 되면서 오락보다는 귀뚜라미를 이용한 대도박으로 변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귀뚜라미의 포악성을 이용한 도박은 전세계에서 중국외에는 유행된 적이 없다. 더욱이 그 도박이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큰 규모로 이루어지므로 귀뚜라미는 세계적인 싸움 곤충이 된 것이다.
싸움꾼 귀뚜라미의 사육 방법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우선 머리가 크고, 넓적다리도 크고, 몸이 뚱뚱한 개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된 귀뚜라미를 항아리같은 곳에서 몇일간 사육하는데 몸빛이 변하고 큰턱이 단단해지고 투쟁성이 있는 것을 가장 좋은 싸움

꾼으로 택하지만 지나치게 싸움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 이놈들이 가을에 이르면 주야를 막론하고 암놈을 부르게 되니 신체에 상처가 나기 쉬워서 특히 주의하여야 된다고 한다. 늦가을 사육법으로는 노쇠하기 쉬우니 특히 주의가 필요하고 먹이로는 콩에 밥을 섞어 찧어 먹이는데 만약에 잘 먹지 않을 때는 지렁이의 대변을 물에 타서 먹인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체를 만드는 비결로서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먹여서 사육한 것이 맹장중의 맹장이 된다고 한다.

(이글은 『조복성곤충채집여행기』중 '귀뚜라미 싸움'이란 부제로 실려있는 글을 발췌하여 약간만을 현대적으로 윤색하였다. 관정 조복성 선생님께서 1940년대 중국 남경박물관과 항주 서호박물관 시절에 직접 보고들은 것을 토대로 쓴 글이다.) -곤충과 우리문화-

"창세(創世)"편

이 신화는 무속신화로서 미륵님이 탄생하여 천지를 세우고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데 재미있는 점은 구약성서에서는 아담이 흙으로부터 창조된 후에 다른 생물들이 차례로 만들어지는데 반하여 이 설화에서는 다른 생물은 먼저 만들어지고 최후에 인간이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들은 신과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함께하는 정신이 배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곤충이 관련된 내용을 조금씩 발췌해 보면,  "미륵님이 물과 불의 근본을 찾기 위하여 풀메뚜기를 잡아서 형틀에 올려놓고 무르팍을 때리면서 물과 불의 근본을 물으니, 풀메뚜기가 대답하기를 밤이면 이슬을 받아먹고 낮이면 햇볕받아 먹고 사는 짐승이 어찌 알겠읍니까? 나보다 한 번 더 먼저 본 풀개구리를 불러 물어보시오라고 대답하였다."한다. 즉, 메뚜기와 개구리 등이 사람보다도 먼저 세상에 존재하여 온 것이다. 이 신화의 마지막 단계을 보자. "한 손에 은쟁반을 들고, 한 손에는 금쟁반을 들고 축사하니, 하늘에서 벌레가 떨어져 금쟁반에 다섯마리 은쟁반에 다섯마리였다. 그 벌레들이 자라나서 금벌레는 남자가 되고 은벌레는 여자가 되었는데 이들은 장성하여 부부를 맺어 세상사람이 생겼다."라고 한다.

본래 초식성인 메뚜기를 왜 이슬만 먹는 것으로 묘사하였을까? 아마도 순수성 내지는 청초성을 돋보이기 위하여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곤충이 미물이라고 언급한 신화에서 벌레로부터 인간이 만들어졌을까의 이유는 본래 샤마니즘의 뿌리에는 생물를 사랑하는 의식이 있으며 이것이 한국인의 마음속 근간을 형성하기 때문으로 생각되며 아울러 신화를 극적으로 이끌기 위하여 가장 미물인 벌레로부터 인간이 탄생되게 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땅개비(방아깨비의 방언)의 이마

 어느날에 한 사람이 한 고개를 훨훨 넘어 가는데 어디서 뚝딱 뚝딱하는 소리가 들리더래. 그래 그 사람이, "이놈의 소리가 어디서 나나?" 하고 가만가만 찾아 가니까 땅개비란 놈이 논 가운데에서 신골을 박느라고 그렇게 뚝딱 뚝딱하고 있더라는 거야. 그 사람은 하도 기가 막혀 "예끼 이놈, 네깐 놈이 무순 짚신을 삼는다고!"하면서 탁 차니까 이마가 훌렁 벗겨지드라는거야. 그래 지금도 땅개비란 놈의 이마가 그렇게 뒤로 벗겨졌다는 거야.

이 이야기는 충북 영동지방에서 전해오는 것이다. 방아깨비는 한여름에 묘지 주변이나 양지바른 풀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뚜기의 한 무리지만 몸이 길고 특히 뒷다리가 길기 때문에 뒷다리의 종아리마디 부위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잡고 있으면 몸을 상하로 흔드는 모습이 마치 방아를 짓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방아깨비라고 붙여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른 민담보다도 과학적 증거를 통하여 상상력을 잘 발휘하였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머리가 긴삼각형을 하고 이마가 뾰족하면서 털이 없이 매끈하게 보이는 것으로부터 이마의 벗겨진 연유가 시작되었고, 또한 이들의 수컷이 날 때에 앞·뒷날개를 부딪쳐 때리면서 딱딱 딱딱하고 소리를 내는 것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연상하여 내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메뚜기

『 하늘을 쳐다보던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서로 수근대며 공포에 싸였다. 그들은 모두들 남쪽 하늘에서 무서운 메뚜기떼가 날아 들어 그들의 농작물을 바닥낼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고 있자니 바람에 밀리어 그들의 발밑에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한 사람이 황급히 주워 보니 그것은 죽은 메뚜기였다. 그것은 그 뒤로 밀어닥칠, 살아 있는 메뚜기 무리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이 순간 왕룽은 지금까지 자기를 괴롭혀 오던 생각들을 모조리 잊어버렸다. 렌화의 일도 아들의 일도 삼촌의 일도 순식간에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놀라고 있는 마을 사람들 사이를 뛰어 다니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아, 우리들의 밭을 위해서 이 메뚜기들과 싸웁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절망한 듯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 뿐이었다.
   "아니, 소용 없어. 피할 수 없는 일이야. 금년은 흉년이 들게 되어 있어. 어차피 굶주리게 되어 있는 것을 싸워 보았자 무얼 하겠소."
   마을 아낙네들은 울며불며 성안으로 가서 향을 사다 사당 지신님께 정성스레 피워 올리며 지성을 드렸다. 어떤 사람들은  성안에 있는 큰 사당에 가서 빌기도 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천지의 신에게 기원을 올렸다.
   그러나 메뚜기떼는 온 천하에 가득 퍼지면서 삽시간에 들판을  뒤덮었다.
   왕룽은 머슴들을 불러 모았다. 칭 서방은 묵묵히 그의 곁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젊은 일꾼들과 함께  곡식이 거의 다 익은 밭에 불을 질러 밀을 태우고 넓게 고랑을 파고 샘의 물을 퍼넣었다. 그들은 모두 밤을 새우며 일했다. 오란을 비롯해 아낙네들은 밤참을 날랐다. 남자들은 무서운 짐승처럼 부랴부랴 밤참을 퍼먹고는 밤낮 없이 일했다.
   이윽고 하늘이 캄캄해지고 대기는 메뚜기떼의 날개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밭으로 소낙비처럼 떨어져 오는 것이다. 그냥 날아 지나간 밭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나 일단 내려앉은 밭은 마치 겨울 밭처럼 잎사귀 하나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어떤 사람은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라고 단념해 버렸으나  왕룽은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메뚜기떼를 닥치는 대로 때려 죽였다. 그의 머슴들도 도리깨를 휘둘러 수없이 많은 메뚜기떼를 때려 잡았다. 불에 떨어져 타 죽은 메뚜기도 있고 고랑물에 떨어져 죽은 놈들도 있었다. 이렇게 몇백 번이나 헤아릴 수없이 죽였으나 구름떼같이 엄청난 메뚜기떼인 만큼 거의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왕룽에겐 그렇게 싸운 보람이 있었다. 상당한 피해를 모면했던 것이다. 메뚜기떼가 지나간 뒤에 겨우 한숨 쉬면서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그의 밭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고 상당히 수확할 양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못자리에는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마을 사람들은 메뚜기를 볶아서 맛있게 먹었으나 왕룽은 그렇게 몸서리치던 생각에 나서 먹지 않았다. 오란은 기름에 튀겨서 머슴들과 맛있게 먹었고, 아이들도 메뚜기의 눈알이 무서워서 날렵하게 뜯어 먹었으나 왕룽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메뚜기떼는 왕룽의 번거롭던 마음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1주일 동안이나 밭에서 메뚜기떼와 싸우는 동안 집안의 걱정스러운 일도 마음의 공포도 모두 잊어버렸다. 그는 침착하게 자기를 타일렀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거야. 나도 공연히 이것저것 근심할 게 아니라 마음 편히 지내 보자. 삼촌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먼저 죽겠지. 큰놈도 어떻게 한 3년만 지나면 장가를 들 게고. 아무튼 걱정 때문에 자살할 정도는 아니니까.'
   밀을 거두어 들이자 비가 내렸다.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었다. 그리고 또 여름이 되었다.』

-펄벅의 '대지' 에서-

영화 속의 메뚜기

벼가 무성한 논에서 한 소년이 메뚜기를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2003년에 개봉한 우리 영화 "살인의 추억"의 오프닝 씬이지요. 실제로 이 배경에는 '벼메뚜기'가 더 어울리겠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종류는 '섬서구메뚜기'입니다. 어떻게 메뚜기가 영화의 첫머리에 등장했을까? 단순히 보면 농사를 짓는 시골마을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전개될 영화의 주제 전체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아~ 잡고싶다!>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범인을 꼭 붙잡고 싶은 형사들의 심정을 아주 잘 나타내는 복선인 셈이지요. 주연을 맡은 송강호의 인상적인 눈빛이 떠오릅니다.
 

벌레상자 안에서 두 마리의 사마귀가 처절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 모습은 이미 고인이 된 액션스타 이소룡 (Bruce Lee)의 영화 용쟁호투 (Enter the dragon)에 나오는 한 장면이지요. 무술대회가 열리는 섬에 들어가기 위해 이소룡이 타고가는 배 위에서 사마귀 싸움에 내기를 거는 중국인들이 등장하는데, 이처럼 곤충싸움은 중국에서 도박의 경지에 이릅니다. 물론 이 장면은 앞으로 벌어질 이소룡의 멋진 한판 격투신을 은유하면서 동시에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소개하는 감각적인 연출을 느끼게 해줍니다. 사마귀에 대해서 서양에서는 기도하는 자라는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동양에서는 이미 포악한 성격의 폭력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이 영화에 등장시킵니다. 흥미로운 곤충싸움과 함께 이소룡 특유의 비장미에 빠질 수 있는 격투의 미학적 영화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참 발차기와다리찢기, 쌍절곤도 연습하던 그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아~ 뵤~

 

TV 속의 메뚜기


화상고 메뚜기 뒷다리 권법 (SBS 웃찾사)


메뚜기라 불리는 개그맨 유재석, 어디가 닮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