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채집에 대한 단상

 

  근래에 들어 곤충에 대해 교육하는 일이 많아진 나로서는 여러 가지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일반 사람들이 과연 곤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또 곤충을 직접 다루는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서도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의 문제거리로서 과연 곤충채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곤충 채집품을 방학 숙제로 제출했던 경험이 있다. 자연 교육의 일환으로 곤충을 직접 잡아보고 표본을 만들어 보고 했던 기억이 내 나이 또래에서는 다들 있을 텐데, 그 후 언제부턴가 이 일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바뀌어 방학숙제로 금지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인데, 날로만 늘어가는 국민의 환경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예전에는 거림낌없이 자연에 대해 행해지던 많은 일이 금지사항이 되었다. 산에서 나물을 함부로 캐어서도 안되고, 돌도 주워 오면 안 되고, 계곡에 들어가 취사하는 것도 안되고, 물론 곤충이나 동물을 잡아서도 안되게 되었다.

  현재의 이런 국민적 의식수준 속에서 곤충을 채집한다는 것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부류는 우선 곤충을 직접 다루는 사람들과 또 먼 발치에서 향수만 갖고 있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곤충채집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각 대학교 생물학과, 농생물학과의 사람들과 각 곤충관련 연구기관 사람들, 환경평가의 용역을 맡은 사람들이다. 한편 업무나 교육의 일환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게중에는 이 취미를 살려 곤충사육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한편으로 우표수집하듯 표본에 대한 수집욕구 때문에 채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곤충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신비한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반대로 직접 채집을 하지 않으나 곤충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자연의 일부로서 사진촬영을 하거나 여러 가지 생태계 기행이나 행사 등에 참여하는, 애호가인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도 드물었다- 이 사람들에게 곤충은 그냥 자연의 일부이며 채집이나 소유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도 직간접으로 언젠가 곤충을 잡아서 길러보던가, 혹은 장난 삼아 목이나 날개를 떼거나, 싸움을 시키던가 했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에야 느끼는 것은 이런 짓이 물론 작은 생명을 함부로 대했던 일이기는 했지만 그 순간의 직접적인 접촉의 기회가 곤충과 나를 가깝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 나 역 시 아이들에게 곤충을 가르칠 때면 '이 곤충 이름은 뭐다, 잡지 말고 보기만 해라, 혹은 잡더라도 다시 놓아주고 가자' 라는 식으로 교육을 했으나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가까운 접촉을 막음으로써 곤충에 대한 하나의 장벽을 놓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곤충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넘쳐나는 외워야할 지식일 뿐이었다. 한편으로 이렇게 곤충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라면 자연보호적인 국민 분위기 속에서 막연히 생명을 가진 곤충에 대해 보호하고 죽이지 말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만 강조할 것이다.

  아이들이 곤충을 잡고 갖고 노는 것은 한때일 뿐이다. 물론 대단한 흥미가 있어 이를 발판으로 일을 하게 되거나 혹은 연구하는 업적을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곤충을 접촉할 기회를 먼저 막아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대가 바뀌었다지만 우리들이 어릴 때에 다 경험했던 일을 왜 요새 어린이들은 경험하면 안 되는 것인가? 집 안에 아이가 벌레를 갖고 들어오더라도 야단치지 말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한테 더 심각하다. 아이가 애써 잡아온 벌레를 도심의 콘크리트 바닥에 내버리게 하는 어른들, 아이가 조르면 돈을 주고 쉽게 곤충을 사다 주는 어른들, 벌레를 왜 생명으로 대해야 하는 지 모르는 사람들, 막연히 보호만을 외치는 사람들 모두가 문제이다. 또 곤충을 만지는 사람들 역시 벌레 한 마리 죽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뇌를 해 보지 않은 사람들, 단순히 자신의 채집품-특히 더 희귀한 것들로 이루어진 수집품- 만을 자랑하려는 사람들, 이른바 콜렉터들, 또 근본적인 생명철학이 없으면서 업적이나 이익만을 챙기려는 일부 전문가들, 이론만 내세우고 논쟁만 좋아하는 사람들, 정말 문제이다. 진정 곤충에 대해 자부한다면 모든 껍데기는 다 집어 치우고 자신의 곤충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을 자랑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