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메뚜기의 정체

우리나라 민물고기 이름에는 많은 지방 사투리가 있어서 저마다 같은 종류를 두고서도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메뚜기 중에도 흔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이자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이름이 있으니 바로 뭔가 섬뜩한 이미지를 주는 '송장메뚜기' 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산 곤충을 통일하여 부르기로 정한 한국곤충명집 (1994) 에도 이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송장메뚜기라는 이름을 알고 있으나 실제로 곤충을 분류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이 목록에서는 이것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음의 4가지 사진을 보고 구별해보자.

저마다 메뚜기의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또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간의 정확한 이름과 차이점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부터 각각 콩중이, 각시메뚜기, 두꺼비메뚜기, 팥중이라는 이름이 이들에게는 주어져 있다. 이 가운데서도 문헌상으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각시메뚜기' 로 오래전에 나온 선만동물통감 (1936) 에는 이 종과 친척인 'Patanga succincta' 와 함께 'Patanga japonica' 라는 학명에 '송장메뚜기' 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다. -이 종에는 이 외에도 흙메뚜기, 땅메뚜기, 등줄메뚜기 등의 많은 다른 이름이 있다- 그러나 본인이 예전부터 궁금하여 실제로 만난 여러 사람들, 나이 잡수신 어른부터 어린애까지 그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대부분은 위의 4가지 종류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통틀어 송장메뚜기라고 부르는 것을 듣게 되었다. 즉, 민간에서는 이와 비슷한 계통인 갈색의 칙칙한 메뚜기들이 모두 송장메뚜기로 불리고 있다.

나의 기억 속에 송장메뚜기는 이렇듯 어두운 빛깔을 가진 메뚜기로 손으로 잡으면 입에서 더러운 액체를 토하는 습성을 가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메뚜기들이 자신의 방어 행동의 일환으로 위 속에 든 소화액을 입으로 토해낸다. 이것은 색깔도 매우 진할 뿐더러 냄새도 마치 담배의 즙과 비슷하게 향기롭지 않다. 대부분 이런 전략에 속아 실제로 독이 없고 무해한 메뚜기도 자신의 천적으로부터 곧잘 도망갈 수 있었고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것을 본 우리 조상들은 피를 토하는 것이라 여겼고 여기서 죽은 시체, 송장의 모습을 연상하였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 송장메뚜기라는 이름에 질겁을 하고 다시 메뚜기를 풀어주지 않았던가?
결국 정확한 종 구별에 의한 이름이 아니라 메뚜기 무리의 대체적인 행동 습성으로부터 유래한 이름인 송장메뚜기는 우리의 통속적인 관념 속에만 자리잡고 있는 포괄적 이름이며 이것을 학문의 바탕에서 분류하기 위한 이름으로서는 배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