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이름의 유래

봄부터 가을까지 물가 주변에 가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곤충 가운데 하나가 소금쟁이이다. 소금쟁이는 빨대같은 주둥이를 가지고 다른 곤충의 체액을 빨아먹으며 불완전변태를 하는 대표적인 노린재목의 곤충이기도 하다. 이 녀석은 워낙 우리에게 익숙하고 낯익은 곤충이라 소금쟁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의문을 가져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곤충의 특징과 소금이라는 물질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 관련없이 사물의 이름이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책을 보다보면 소금쟁이는 짠물가에 떼로 사는 습성 때문에 소금쟁이라 부른다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로 소금쟁이는 계곡의 맑은 물이나 강가, 호수, 연못 그 어디라도 발견되며 더 나아가 바닷가나 특수하게 대양에 사는 소금쟁이도 있긴 하지만 쉽게 관찰되는 곳은 보통 민물 주변이다. 흔하고도 평범한 이름이 일반 사람들의 주거와는 멀리 떨어진 바닷가의 특성으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곤란한 점이 있다. 나는 여기에 의문을 가지고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보았다. 

소금쟁이는 간단히 '소금 + 쟁이' 로 분해할 수 있는 조합어이며 여기서 쟁이 또는 장이는 사람의 직업, 성질, 행동, 습관 등을 나타내는 말에 붙어 옹기장이, 욕심장이, 말썽장이처럼 그 사람을 낮추는 의미를 갖게 한다. 소금쟁이를 영어로는 'water strider' 라고 하며 이것은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고 스케이트 타듯 미끄러져 돌아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소금쟁이가 물의 얇은 표면장력을 이용하여 발 끝에 있는 기름샘과 방수털로 가라앉지 않고 다리를 활짝 벌림으로 체중을 분산하여 물에 떠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문으로는 '水? ' 이라 하는데 여기서 ?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을 '맹' 으로 읽으면 물맹꽁이라는 의미가 되며 '민' 으로 읽으면 물에서 힘을 쓴다는 의미가 된다. 한편 소금쟁이의 방언을 살펴보면 '소금장사, 소곰재이, 엿장사, 엿장수' 등이 있는데 여기서 엿장사라 함은 소금쟁이도 노린재의 일종이기 때문에 손으로 잡게 되면 육지의 노린재처럼 냄새를 피우는데 그 향기가 육서 노린재처럼 지독하지는 않고 마치 달콤한 엿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불리는 이름이다. 역시 수서 노린재의 일종인 커다란 물장군도 바나나향의 냄새를 낸다고 한다. 소금쟁이를 잡으면 그 냄새를 한 번쯤 직접 맡아보도록 하자. 위의 단서에서 미루어 보면 소금쟁이는 결국 소금장수의 다른 이름이며 여기서 쟁이는 직업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직업으로의 소금장수의 특성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금을 지금처럼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옛날에는 산간 벽지로 커다란 소금 가마니 를 지고 나르던 소금장수가 있었고 기운이 장사인 소금장수가 호랑이를 물리친 옛날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고 보니 소금팔러 다니는 소금장수가 지게더미에 가득 소금을 싣고 이것을 힘껏 짊어지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힘을 쓰는 모습이 마치 물 위에서 자신의 체충을 분산시켜 떠 있는 소금쟁이가 다리를 멀리 벌리고 서 있는 형상과 무척이나 흡사하다!

그리고 조복성(1955)의 문리논집을 보면 소금쟁이의 다른 이름으로 '똥방지, 소금장사' 가 등장한다. 여기서 똥방지는 정확한 어휘는 아니지만 '똥바가지 지게' 라는 의미가 된다. 1970년대만 해도 가정 정화조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동네마다 길다란 막대 양끝에 커다란 똥바가지를 매달고 나르던 이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이 역시 힘을 쓰는 직업이라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역도선수가 무거운 역기를 들고 일어날 때 다리를 양쪽으로 단단히 벌리고 디뎌서 힘을 최대한 쓸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자세를 취해야 한다. 어깨에 짐 막대를 매고 다리를 벌린 사람의 모습은 정말 소금쟁이의 모습을 닮았다. 소금쟁이가 물에 뜨는 원리에 대해 물리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녀석들이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 아주 대단하게 보였고 그러기 위해 물 위에서 힘을 쓴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금기 많은 곳에 살기 때문에 소금쟁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그렇게 적합하지 않은 것 같으며 역시 꼼꼼하게 관찰하고 재미있는 작명을 한 조상들의 지혜가 엿 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