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이야기

어린 시절, 내가 무척 많이 키워보고, 또 죽여본 곤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마귀들이다. 사마귀가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그 움직임이 인간과 비슷하여 귀여운 데가 있으며 샤프한 용모와 놀라운 사냥 솜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귀의 얼굴을 마주 쳐다볼 때면 느낄 수 있지만, 그렇게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가 자유로이 움직이는 곤충도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흔히 발견되는 종류는 사마귀와 왕사마귀이고 다음으로 좀사마귀도 곧잘 발견된다. 사마귀와 왕사마귀는 같은 속이며 생김새가 흡사하여 많이 혼동된다. 왕사마귀가 조금 더 크다고 하지만 몸의 크기는 영양상태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 쉽다. 가장 쉬운 방법은 뒷날개와 가슴 복판을 보는 것이다. 사마귀의 뒷날개는 연한 투명색인데 비해 왕사마귀는 전체에 보라빛의 진한 무늬가 흩어져 있다. 또 사마귀의 앞다리 사이에 가슴복판을 보면 사마귀는 주황색 점이, 왕사마귀는 약간 검은 다리 안쪽에 노랑색점이 찍혀있다. 이 특징은 날개가 덜 자란 않은 유충상태의 종 구별에도 유용하다. 좀사마귀는 모두 회색, 흑회색을 띄지만 제각각 그 얼룩무늬와 명암이 다 틀리다. 좀사마귀와 비슷하나 녹색을 가진 것이 민날개좀사마귀로 좀사마귀의 녹색형인지, 별종이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좀사마귀는 성질이 까다롭고 먹이감도 제한되는 편이나 사마귀는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키우기도 쉽다.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키워보면 개체별로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마귀의 날개

왕사마귀의 날개

먹이사냥

사마귀는 뛰어난 시각을 가지고 사냥하므로 시야가 가려지지 않는 툭 트인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시골집에 가면 호박밭의 커다란 호박잎 위나 해가 잘 드는 담벼락에 가면 영락없이 사마귀가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잘 드는 양지는 가을 늦게 까지도 파리나 벌같은 곤충들이 일광욕을 하기 위해 잘 모여든다. 이것은 사마귀의 마무리 양식이 되며 따라서 사마귀는 가을의 대표적인 곤충이기도 하다. 가을이 깊어가면 수명이 짧은 수컷은 별로 눈에 띠지 않고 커다란 암컷들만이 남는다.

그러나 사마귀는 단지 시각만으로 사냥하는 것은 아니며 자기 주변의 풀이 흔들리는 움직임까지 감지하여 벌레가 옆에 착지하였을 때는 재빨리 그 방향으로 몸을 튼다. 배고픈 사마귀는 적당한 흔들림에 망설임없이 바로 앞다리가 뻗어나가 먹이를 덮치는데 내가 버들강아지를 따서 던졌을 때에도 그런 착각을 했다. 녀석은 몇 번 씹어본 후에야 먹을 것이 아닌 줄 깨닫고 버렸다. 그런데 촉감으로 먹이를 판단한 경우에도 자극이 약하면 다시 한 번 재차 시각적, 혹은 촉각적 움직임이 있어야 사냥대상이라고 판단한다. 방금 나방이 바로 옆에 날아와 앉았는데도 가만히 엎드려 움직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며 나방이 꼼짝않고 있다가 재빨리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사마귀의 식성은 그리 까다롭지는 않은 편이나 매번 같은 곤충을 주면 질린다. 그리고 먹다가 단단하고 물기없는 부분인 날개, 다리끝, 머리끝 등을 남기기도 하며 배가 부르면 먹이를 다 먹지 않고 맛있는 근육부위만 먹고 머리나 다리 등을 그냥 버리기도 한다. 또 메뚜기의 암컷은 배 속의 알을 먹지 않는데 아마 화학적으로 꺼리는 것 같다. 한번은 하루살이를 주었더니 한 입 물어보려다가 무슨 쓴 약이라도 삼킨 듯 먹이를 획 내버린다. 그리고는 입맛을 버렸다는 듯이 앞다리로 입을 쓱 닦는다.

식사에 걸리는 시간을 재 보니, 귀뚜라미 1마리는 20분만에 먹어치우고 잠자리는 40분이 걸렸다. 사마귀의 역삼각형 얼굴을 보면 입이 작을 것 같지만 사실은 상당히 크다. 옆에서 조용히 들어보면 먹이를 먹을 때 와삭와삭 외골격을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 사마귀는 비가 오는 것을 잘 눈치채는데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비가 오는 것으로 감지하고 재빨리 입을 잎사귀로 가져가 고인 것을 먹으려고 한다.

먹이감의 반응이 강할수록 사마귀의 공격력도 강해지는데 먹이를 빨리 죽여서 움직임을 멈추려고 하는 것이다. 먹이를 다 먹은 후에는 사냥도구인 앞다리와 겹눈 등, 지저분해진 부위를 입으로 깨끗이 청소한다. 이때 턱수염에 다른 것을 갖다대면 그것도 핥아서 청소하려 한다. 아랫입술수염의 반응과 턱의 움직임은 무조건 반사행동으로 보이는데 거의 자동으로 움직인다. 사마귀는 땅에 한번 흘린 먹이는 다시 주워먹지 않지만 이것을 핀셋으로 주워서 아랫입술에 갖다대면 역시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마귀도 학습이 가능하여 매번 먹이주는 막대를 보면 먹이가 없어도 공격하게 된다. 먹이를 먹지 않을 때는 몸을 청소하거나 꼼짝않고 쉰다. 밤이 되면 이들의 눈도 까맣게 된다.

결투

먼지벌레는 단단한 껍질마저 씹어서 먹어치웠다. 먼지벌레의 방어수단인 고약한 냄새도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꿀벌은 아예 사마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커다란 방아깨비 암컷, 강력하게 차고 달아나는 풀무치, 척추동물인 청개구리도 이들의 먹이가 되었으나 장수말벌만은 건드리지 못했다. 장수말벌은 웅웅대는 그 날개소리가 이미 사마귀를 압도하였다. 한번은 왕지네와 왕사마귀를 강제로 싸움을 시켰는데 순간적으로 지네의 독아에 사마귀가 물리고 말았다. 목에 피로 보이는 묽은 액체가 몽글몽글 맺혔다. 가시가 난 앞다리 한쪽에도 액체가 솟아났다. 이 녀석은 머리가 마비되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앞다리의 구조

종아리마디와 넓적다리마디는 이빨이 딱 맞물리도록 되어있다. 종아리마디 끝의 가시가 맞물리는 부분은 송곳니가 들어갈 자리처럼 홈이 파져 있다. 작은 발목마디는 걸어다닐 때 쓰고 사냥시에는 뒤로 접혀진다. 스프링같은 사마귀의 앞다리 근육은 메뚜기의 뒷다리 근육처럼 빠르고 신속하다.

배설

사마귀를 키우다가도 이들이 배설하는 광경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한 번은 먹이를 먹는 도중에 슬쩍 날개밑으로 배를 쳐들더니 물총에서 물을 쏘듯이 소변이 발사되었다. 한편 사마귀의 똥은 흑색이고 마치 봉숭아의 씨처럼 생겨서 작은 타원형이고 바싹 말라 있어 단단하다.

방어법

보통 사마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몸을 흔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두어놓고 관찰하다보면 어떤 일종의 정지상태에 빠지는 광경을 보게된다. 그러나 이때 입김을 불거나 인공으로 바람을 일으키면 다시 행동을 개시한다. 야외에서는 이렇게 풀숲 사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처럼 움직이거나 가만히 위장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어수단이다. 다음으로는 더욱 풀줄기나 나뭇가지처럼 보이도록 앞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 위장태세를 하는데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재빨리 죽은척, 풀에서 툭 떨어져 깊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최후로 사마귀의 유명한 위협동작을 잘 목격한 것은 녀석을 내가 기르던 십자매 새장에 넣은 때였다. 사마귀는 새를 감지하고 복부를 구부리며 닐개를 쳐들었고 얼룩덜룩한 뒷날개가 펼쳐 보였다. 동시에 두 앞다리를 활짝 벌려 가슴의 노란 점을 새를 향해 보이는 것이다. 노란점과 연결된 앞다리 밑마디에는 검은 색이 있어서 명시도 높은 뚜렷한 경계신호로 보인다. 그래도 새가 겁을 먹지 않고 사마귀의 다리 한쪽을 물자 앞다리를 확 접고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는 새를 치려고 앞다리를 휙 날렸다. 사마귀 앞다리의 끝은 날카로운 가시로 형성되어 있어 새의 눈을 찌르면 심하게 다칠 수도 있다. 이런 공격이라면 야생의 새는 아마 다 달아났을 것이다. 십자매도 새장 구석으로 도망가서 접근하지 않았다. 이때 내가 손가락으로 새대신에 공격을 가하자 녀석을 결국 줄행랑을 쳤다. 곤충의 행동은 어떤 단계에서는 더 이상 사물을 구별하지 못하고 대체된 사물에도 동일한 행동을 보여준다.

좀사마귀는 더욱 현란한 색을 갖고 있어서 그 위협행동은 대단히 볼 만하다. 이들의 허풍과 위세는 대단해서 앞날개를 들면 보라색의 화려한 뒷날개가 부채처럼 드러나고 앞다리 안쪽의 색깔과 무늬와 어울려 눈에 확 띄게 된다. 그리고 녀석은 효과음까지 낸다. 이것은 배를 구부리며 뒷날개와 복부의 옆면을 마찰시켜 내는 소리인데 쉭쉭하는 위협적인 소리가 행동과 결합하여 새들을 겁준다. 처음에 나는 이 소리의 원리를 몰랐는데 뒷날개를 물로 적셔보니 그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소리를 낼 때마다 배가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적

야외에서 사마귀 알집을 찾아 절단해 보면 가끔씩 털이 숭숭난 벌레가 차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이것은 사마귀 알을 먹어치우는 수시렁이의 유충들이다. 또 발생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알들도 자주 발견된다. 사마귀 성충의 몸속에는 또한 철선충류인 연가시가 기생하여 양분을 뺏어간다.

짝짓기

사마귀의 암수 구별은 새끼 때에 어렵지만 어른이 되면 복부 끝의 구조로 알 수 있다. 수컷의 마지막 복부 아랫면은 아생식판을 형성하고 암컷은 산란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다. 외견상으로 수컷은 작고 몸이 연약하며 가벼워서 나는 능력이 뛰어나며 암컷은 몸이 크고 단단하며 무거워 보인다.

내가 사마귀의 짝짓기 광경을 직접 목격한 것은 중학생때 밤 12시까지 숙제하느라고 잠을 안 잔 덕분이었다. 수컷이 먼저 암컷을 주시하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뒤에서부터 올라탄다. 처음에는 사마귀 상자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서 큰 싸움이 벌어졌나 했는데 수컷이 암컷을 올라타려고 소동을 벌인 것이다. 처음에 암컷은 발길질로 수컷을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수컷은 가슴과 배를 단단히 붙들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수컷의 배는 뱀처럼 구부려져 암컷의 생식기를 찾았는데 오른쪽으로 구부려져 메뚜기의 교미모습과 비슷하다.

흔히 숫사마귀는 잡아먹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자연상태에서 그것은 암컷이 매우 배가 고플 때, 또 암컷이 수컷을 먼저 발견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내가 기른 숫사마귀는 몇 번이고 교미를 했지만 잡아먹히지 않았다. 암컷도 교미를 몇 번이고 하였다. 교미하는 수컷의 복부는 역시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반드시 오른쪽으로 휘어져 암컷과 결합한다. 사마귀 역시 정포로 전달되며 나중에 은색덩어리로 암컷의 배에서 배설된다. 내가 목격한 수컷 중에 암컷에게 먹힌 녀석은 암사마귀의 우악스런 앞다리의 힘에 의해 앞가슴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그 와중에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었고 머리부분은 먹히고 있지만 목없는 아랫부분은 암컷의 생식기를 찾았다. 사마귀 수컷은 교미중에 먹히기도 하지만 이렇게 먼저 먹히는 도중에 교미 반사행동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배만 살아있는 수컷을 등에 태우고 암컷은 또다시 메뚜기를 사냥해 먹어치웠다. 사마귀는 교미하면서 식사도 하고 식사하면서 배설도 동시에 한다.

산란

산란을 앞둔 사마귀 암컷은 먹이사냥도 하지 않고 좋은 산란장소를 찾아 돌아다닌다. 바위 아래나 나뭇가지 등의 적합한 장소를 찾으면 이윽고 암컷은 산란을 하는데 온통 산란에만 정신을 쏟고 있어서 더듬이도 부동자세이고 상체는 마비된 듯 꼼짝을 하지 않는다. 우선은 거품을 일으켜 알덩어리의 외부 기틀을 잡고 그 속안에다 알을 차근차근 산란한다. 산란하는 암컷의 복부 움직임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아래쪽에서는 거품이 만들어졌고 위쪽에서 알이 나왔다. 사마귀의 알은 길쭉한 타원형으로 길이 3mm 정도의 노란색이다. 산란을 마친 암컷의 복부는 홀쭉하게 줄어들고 다시 먹이를 줘도 잘 먹지 않는다. 잘 먹고 배가 많이 부른 암컷일수록 큰 알집을 만들며 거품도 풍성하고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른다. 어떤 녀석은 3개의 알집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알집의 거품이 흘러서 암컷 뒷다리에 들러붙는 일도 생겼다. 이것은 그대로 굳어져 덫이 되버리는데 결국은 그 부분을 내가 잘라내 주었다.

부화와 성장

하나의 알집에서 수 백마리로 보이는 새끼가 태어난다. 어린 새끼 사마귀는 연한 갈색 몸에 길이는 1cm가 조금 못 되는데 눈에 가는 줄무늬가 있고 메뚜기처럼 매우 잘 뛰며 뒤로 숨는다. 게중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잘못 자세를 잡았는지 몸이 꺾어진 놈, 배가 휘어진 놈 등, 불구자도 많았다. 늦게 태어난 놈들은 벌써 개미들의 공격을 받았다. 주변을 배회하던 깡충거미와 게거미는 쉽게 배를 채웠다. 새끼 사마귀는 조그만 움지임에도 민감하여 진딧물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곤충도 잘 알아챈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잎 위의 몇 녀석이 벌써 진딧물을 사냥한다. 몸이 작고 가늘어 먹이가 배속에 얼마나 들어있는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새끼들은 허물벗을 때가 되면 식욕이 멈추고 먹지 않는다. 또 음주지성이라 자꾸 위로 오르려고 한다. 따라서 기를 때에 미끄러지기 쉬운 유리병은 좋지 않다. 또 탈피나 사냥할 때에는 단단한 지지대가 필요하다. 어릴 때는 방랑성이 강하나 크면서 점차 정착성을 가진다. 사마귀 역시 대벌레처럼 어릴 때에 다친 부분이 다소 재생한다. 허물벗다가 떨어지면 그대로 몸이 굳어 죽어 버리고 만다. 또 탈피중에는 몸이 연하기 때문에 잘못 자세를 잡고 있다가 몸이 굳으면 기형이 되버린다.

새끼 사마귀는 동료를 알아볼까? 공간에 가두어 두면 서로 마주쳐서 갑자기 공포의 전율을 보이다가 화가 나서 상체와 하체를 모두 위로 치켜 올리고 노려본다. 앞다리는 완전히 몸가까이 제치고 가슴 부분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한 놈이 선제공격을 가하는데 곧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지만 공격한 놈이 제풀에 놀라 헐레벌떡 도망간다. 후속공격이 두려워서일까?

내가 무척이나 공들여 키운 사마귀 중의 하나는 우화 후에 그 모습을 보려고 처음로 상자에서 꺼냈는데 꺼내자마자 열린 창밖으로 훌쩍 날아올라 저 멀리 완전히 사라져갔다. 수컷들은 잘 난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순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녀석이 자유를 찾아 새처럼 날아간 용기에 멀리서나마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