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참새 이야기

 

이 일은 제가 93년, 봄~여름에 겪은 일인데, 하도 이상해서 기록해 두었던 것을 이제 여러분께 공개하려고 합니다.

당시 저희 집에는 해가 잘 드는 옥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분 몇 개를 갖다 두었는데요, 기르던 것이 다 죽고 앵두나무만 남아 있었습니다. 화분 4개 중에서, 그러니까 앵두나무를 뺀 화분 가운데 에 거름기가 거의 없는 흙모래뿐인 화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화분에서 동네 "참새" 들이 모여 흙목욕을 즐기는 듯 하였습니다. 늘 올라가 보면 이 화분의 흙모래가 푹 파헤쳐져 화분 밖으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제 방 창문-바로 옥상 화분이 있는 아래쪽-에서 들으면 늘 참새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푸드덕 거리고 짹짹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옥상위 화분의 앵두나무에 빨간 열매가 열리고 잘 익을 날 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때가 되었을 것 같아 올라가 보니, 이거 왠 걸!!! 앵두가 땅에 떨어져 있거나 달린 것들마다 폭폭 찍힌 자국-새의 부리자국-이 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거 열받아서리...내가 먹을려고 했는 데,,,필경 참새 짓이리라!!! (분노에 찬 "我"!!!)

그러던 어느날, 집에 오는 길에 떨어져 있는 참새의 시체를 하나 주웠습니다. 금방 죽었는지, 몸이 부드러웠고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살펴보던 중에 -그래!- 번쩍 하고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히히히... 앵두열매를 빼앗긴 복수를 꿈꾸던 중, 그 참새들 생각이 나서 놈들의 사욕(모래목욕)을 하는 장소인 그 화분에 이 주운 참새의 시체를 고이 누이어 놓았습니다. 아주 기겁을 할테지,,, 으흐흐흐!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화분 주변에는 흙이 어지럽혀진 자국이 생겨나 질 않았고 옥상 위가 아주 조용해 졌습니다. 효과 만점!!! 이 참새의 주검에는 곧 청소부들이 나타나 물질로 분해시켰으며 깃털은 빠져서 날아다니고 냄새가 났습니다. 다시는 참새들이 접근도 하지 않을 그런 몰골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 1일-이 날로 기록되어 있군요- 그 화분이 있는 옥상에 올라가 보니, 참새의 주검도 이제는 완전히 분해되어 흙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물체가 그 옆에 눈에 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화분이 놓인 바로 앞 옥상 난간에 하얗고 조그만 것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 펴보니 이것은~!!! 새끼 새의 죽은 시체가 아닌가~ 금방 죽은 듯 아주 깨 끗했고, 죽은 원인은 모르겠지만 태어난지 얼마 안되는 새끼 손가락보다도 작은 새끼였습니다. 그 옥상 주변은 탁 트인 곳이라 참새의 둥지가 될만한 곳이 주변에는 안 보였는데 말이죠...도대체 어디서 떨어졌을 리도 없고... 제 새끼가 잘 크지 못하고 죽자, 어미 참새가 아무래도 여기다가 갖다 버린 듯 한데 그곳이 바로 자기 동료가 얼마전에 죽어서 버려진 곳-내가 갖다 놓았지만서도-과 일치하는데 이 무슨 이상한 일일까요? 여기가 그런 장소라는 것,,, 과연 참새도 무덤의 의미를 안다는 말입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꼭 참새의 새끼라는 것은 불확실하지만-제 느낌은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정말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