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onata of Korea

                               Welcome to Pulmuchi


    Home / 특징과 생태 / 한국 메뚜기 / Check-list / 채집과 사육 / 생태사진 / 유충사진 / 게시판 / 방명록


 

 


 로그인  회원가입

겨울곤충을 찾아서
  (Homepage) 2006-03-14 10:23:11, 조회 : 7,544, 추천 : 1502

개인적으로 나는 겨울에 태어났지만,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우선은 쌀쌀하게 추운 날씨가 싫고 밖에 나가야 별로 ?볼 것 없는 삭막한 풍경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얼굴 시리고 손발이 어는 것을 감수하면서 -되도록 따뜻한 날을 골라 나가는 것이 상책이다- 겨울에 나가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탓이라고나 할까. 많은 곤충들에 있어서 그들의 겨우살이 모습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또 운이 따르면 이때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그런 장면들을 만날 때도 있다.
겨울하면 특히 침묵과 휴식, 죽음이 연상되는데, 동물들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다. 산토끼며 말똥가리며 겨울 산을 걷다보면 유난히 얼어 죽은 동물의 시체가 눈에 잘 띤다. 어쩌다 죽었을까, 참 살기 어려웠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시체가 잘 썩지 않아 그동안 쌓인 시체들이 더 잘 보이는 듯하다. 꿩은 갑자기 코앞에서 푸드덕 날아올라 심장을 벌떡 뛰게 한다. 조용히 걷지만 낙엽 밝는 소리에 놀랐는지, 도망치는 너구리나 고라니 같은 동물과 마주치는 일도 있다. 아무런 해도 주지 않을 텐데, 사람은 어쩌다 모든 다른 생물이 피해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일까. 눈 위에 총총히 난 작은 발자국들을 보면 따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겨울의 곤충찾기는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어딘가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숨겨져 있지만, 도무지 찾기가 쉽지 않다. 보물찾기를 잘 하는 사람은 아마도 사람의 심리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여기쯤에 숨기면 딱 좋겠다, 그런 것을 감지하는 사람이 보물을 잘 찾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곤충의 ?심리를 잘 알면 겨울에 곤충찾기도 쉬울 것이다. 사람과 곤충은 서로 어마어마한 거리로 떨어진 다른 세계의 생물이지만, 어떻게 그들의 심정이 되어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곤충기로 유명한 파브르는 파리의 눈으로 세상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월동하는 각시메뚜기를 찾아 잠시 대구에 다녀왔다. 한겨울에 메뚜기가 날아다닌다고 가끔씩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종류가 이 녀석이다. 가을 무렵 야외에서 채집해온 각시메뚜기를 우리 집 베란다에 두고 키웠었는데, 결국 몇 번의 심하게 추운 날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전에 모두 죽고 말았다. 실제로 야외에서 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아마도 적극적으로 보온 상태가 좋은 곳을 찾아 숨을 것이다. 대구의 날씨는 따뜻했지만, 각시메뚜기는 한 마리도 찾지 못했다. 동행한 후배가 약 3년 전의 환경과 달리 너무 변했다는 것이다. 1년만 지나도 너무나 빠르게 달라지는 요즘 환경은 갈수록 정이 가지 않는다.
이번엔 가까운 북한산으로 올랐다. 잎을 떨어뜨리고 묵묵히 서 있는 고목과 만났다. 오래된 나무 곁에 서면 나도 모르게 왠지 그 어마어마한 역사에 고개가 숙여지게 된다. 무수한 인고의 세월동안 이 자리에 우뚝 서 견디어 냈구나. 사실 오래된 나무는 곤충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서식처이다.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치고 벌리고 서 있으며 휘어지고 부스러지고 썩고 틈이 쪼개진 나무의 구석구석은 아주 훌륭한 곤충의 보금자리가 된다. 열대우림에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몽땅 샅샅이 조사했을 때, 거기서 나온 곤충 종의 수가 실로 어마어마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나무의 껍질을 살살 벗겨보면 웅크려 들어가 있는 곤충들의 겨우살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겨울자나방류의 암컷

겨울이 모두에게 정지된 기간만은 아니다. 반대로 한참인 곤충도 있다. 올 겨울에는 짝짓기하고 있는 겨울자나방과 만날 수 있었다. 번데기나 알로 지내는 다른 나방과 달리 이들은 날씨가 서늘해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활동하는 특이한 생태를 보인다. 더욱이 수컷은 날개가 있어 날아다니는 보통의 나방 모습이지만, 암컷은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하는 흔적날개가 있거나 아예 날개가 사라져 털복숭이의 이상한 곤충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추운 날씨에 견디기 좋은 형태라고 생각되며, 몸의 색깔은 겨울 산의 마른 낙엽이나 나무껍질과 어울려 움직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도 곤충이기에 한겨울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특히 초겨울과 겨울이 물러가는 시점에 약간 풀린 듯한 날씨에 활동을 나타낸다. 야간에 수컷은 암컷을 찾아 약한 듯 씩씩하게 날아다니며 암컷은 보통 식물줄기에 가만히 매달려 페로몬을 방출한다. 겨울을 물러가게 하는 이들의 사랑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겨울은 침묵으로 조용히 일관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는 조용히 다음에 맞을 봄을 준비하고 있다. 인생에서도 겨울과 같은 고비 속에서 참고 인내하다 보면 언젠가 봄날은 다시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와 마주쳤다. 이제 겨울이 점점 좋아지려고 한다.
*


범생이

 
와~~~어떻게이런일이 2007-12-11
21:38:24



 
몸이 날씬해서 겨울이 좋지 않았을듯 해요...
저는 겨울에 태어나서 겨울을 좋아하는데.. 더운게 더 못참겠더라구요... ㅎㅎㅎㅎ

겨울에 일부러 곤충찾기는 안했지만 나무는 겨울에 보면 더 재미난게 많아요.
그래서 겨울에는 주로 나무공부를 하지요.. 겨울눈이나 잎이나 열매없이 나무 이름 맞추기..뭐 그런거요...
나무는 있는 그대로를 보면 되는데 곤충들은 잘 숨어있는데 괜히 깨워서 방해하는거 같아 미안하거든요.

어쨌든 사시사철 재미난게 자연인건 확실합니다. ㅎㅎㅎㅎㅎ
2007-12-12
13:58:32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619  마지막 황제와 귀뚜라미?  [2]   2006/04/13 1590 7880
618  독일사이트..    여치 2006/02/24 1773 7840
617  국내산?부채수염수중다리메뚜기는?    여치 2006/02/13 1817 7829
616  주인장과 모람들...  [3]   2006/11/12 1232 7772
615  환상적인 청벌 싸이트  [1]   2006/04/09 1659 7747
614  두산동아 자연관찰 시리즈 북입니다.    풀무치 2005/10/17 1684 7694
613  전국최대규모의 중고만화 인터넷서점 [ VIP만화백화점 ]#    VIP만화 2006/05/11 1530 7672
612  한국곤충동호인협회 망년회 안내  [2]  강의영 2006/11/28 1368 7623
 겨울곤충을 찾아서  [2]   2006/03/14 1502 7544
610  한국청벌  [1]  강웅 2006/04/11 1721 7542
609  체코사이트~    여치 2006/04/12 1734 7524
608  곤충 분포도 작성  [4]   2006/03/11 1610 7505
607  메뚜기사진이 마니 나와있어여~    여치 2006/04/10 1662 7497
606  멋지네요..  [1]   2005/08/23 1760 7280
605  벨기에 사이트입니다^^  [1]  여치 2006/04/20 1603 7273
604  풀무치님 공중부양 사진 3에서 문의  [2]  벌하늘소 2006/02/04 1542 7206
603  작년 연재 글    풀무치 2006/02/01 1652 7199
602  바퀴벌레스파이     2006/05/22 1570 7144
601  사진등록을 떠나서의 질문..  [1]  최지훈 2006/03/01 1600 7061
600  메일 답변 감사합니다.    이영 2005/09/03 1586 7052
599  곤충 바라보기  [2]   2006/07/19 1135 7042
598  멋찐 자료를  [1]   2005/08/22 1545 6983
597  뭔가요?  [3]   2006/05/30 1423 6643
596  부활을 축하합니다..  [1]   2005/08/22 1596 6602
595  제주도 발견 요망종  [5]   2006/05/17 1240 6533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3][4][5][6][7][8][9][10]..[25]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