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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와 귀뚜라미?
  (Homepage) 2006-04-13 12:01:59, 조회 : 7,834, 추천 :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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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가 자꾸 줄어들어서인지 언제부턴가 영화 보는 일이 참 드물어졌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아니 개봉한 지 벌써 18년이 지났으니 아주- 늦었지만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벼르다가 굳이 이 영화를 찾아서 감상하게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아카데미상을 9개나 받은 수작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가지 곤충 때문이다. 자막에는 귀뚜라미(cricket)라고 소개되는데, 사실 이 종류는 여치(bush-cricket)에 속하는 곤충이다.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곤충이 등장한다는 친근감이 언젠가 이 영화를 꼭 보아야겠다는 맘을 갖게 하였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궁중이나 민간에서도 우는 벌레(鳴蟲)를 키우며 소리를 즐기는 문화가 오랫동안 발달하여 왔고 귀뚜라미나 여치를 키우는 갖가지 모양의 사육 상자가 전통공예의 하나로 계승되고 있다. 얼마 전에 중국 천진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계신 조성식이라는 분한테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 현지에서 이런 우는 벌레 문화를 직접 접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중에 중국과 일본의 예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문화 자료는 없었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인문학적인 일이면서 내가 직접 이런 분야의 문헌을 조사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은 못하였지만, 우리도 예전부터 보릿대로 만든 여치집에서 여치를 키우던 풍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그러자 그 분도 기억이 난다고 하며 중국에서 지금 키우고 있는 여치와 사육 상자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 여치가 바로 마지막 황제에도 등장하고 있는 같은 녀석이다.
우리나라의 여치와 비슷한 중국의 여치는 Gampsocleis gratiosa라는 학명으로 불리는데, 우리나라 여치보다 짧고 끝이 둥글게 넙적한 날개가 눈에 띠는 특징이다. 중국에서 ‘국국(虫+國)’이라고 부르는 것은 괙괙거리며 우는 특이한 울음소리에서 딴 이름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 여치는 초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등장한다. 주인공 푸이가 어린 황제로 등극하여 궁궐을 거닐던 중 신하들과 대면할 때 넓은 자금성의 한쪽에서 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자 한 늙은 대신이 가슴에 품은 통에서 여치를 꺼내 푸이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어쩌면 단순한 벌레를 소재로 중국 문화와 왕조의 오랜 정통성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안타깝게도 영화 내용과 거리가 있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벌레 소리와 곤충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궁중 안을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는 가을에 우리가 흔히 많이 들을 수 있는 ‘극동귀뚜라미’의 울음소리였고, 벌레통에서 나온 곤충은 앞서 얘기한 ‘국국’이란 여치였다. 이런 옥의 티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지나칠 일이겠지만, 나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연출의 세심한 배려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배경 속에 음향효과의 일부로 가끔씩 들려온다. 때에 맞춰 들리는 벌레소리는 우리에게 계절감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일종의 예언자적인 기능을 한다. 즉, 여기서 귀뚜라미의 소리는 주인공의 운명이 달라질 때마다 불안한 미래를 암시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널리 알다시피 청나라의 황제였던 푸이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폐위되고 궁에서 쫓겨나 일제가 만든 허수아비 국가 만주국의 꼭두각시 임금 노릇을 하다가 인민재판을 받고 결국 중화인민공화국의 식물원 정원사로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이다. 최고의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 세계사의 격변기 영향을 받아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어진다.
영화가 끝날 무렵 또 다시 여치가 등장한다. 늙은 푸이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가 살던 궁에 몰래 들어와 황제의 보좌 앞을 거닐던 중 마침 구경 온 현대의 어린이와 마주친다. 푸이는 자신이 바로 이 의자의 주인이었다고 얘기하면서 한쪽에 숨겨 두었던 벌레통을 가져와 그 여치를 꺼내 소년에게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푸이가 어렸을 때 받았던 그 여치가 계속 살아서 나타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영화적 장치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푸이의 지난 과거를 강하게 회상시키는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것이 ‘권력’에 관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권력에 대한 크고 작은 욕망이 있다. 이것은 세상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지배하고자 하는 주권자로서 인간의 기본욕구인데, 왕조국가에서 최고의 권력자인 황제가 권좌에서 물러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평범한 속세의 사람으로 몰락하는 과정이 권력의 무상함과 그 속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절대 권력의 인간사회 역사에서 모든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된 오늘날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마도 강력한 절대 권력에의 향수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면면히 내려오는 원초적 소망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무렵, 여치의 등장과 함께 푸이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이것은 사회적으로는 권력을 말하는 것인지 몰라도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감독은 ‘자유’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황제의 자리에 있었으나 황제가 아닌 꼭두각시의 삶을 살아온 푸이, 그가 과연 자기 힘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겉으로는 최고였지만 자기가 가진 권력을 무엇 하나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푸이에게 여치의 울음소리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개인의 소망을 대신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신발 끈을 묶으며 푸이는 진정한 자유를 느꼈던 것은 아닐까? 여치의 힘찬 울음소리를 꿈꾸며 나는 권력과 자유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여치

 
정말루 여치가 70~80년을 산다면 어떨까 상상을 하니 정말 재밌는 상상이 드는군여~^^ 2006-04-13
17:16:24



-_-

 
저도 거장이라고 알려진 감독과 아카데미 수상 경력 때문에 이 영화를 봤었는데 지루해서 대강대강 본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인지 여치가 나오는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a 일본 만화책을 보면 비교적 세밀하게 곤충이 많이 등장하는데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의 장난감이자 친구인 곤충의 문화적 특징이 잘 나타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인장 님의 글에서는 더욱 심화된 정서로서의 문화 깊숙히 침투한 곤충의 영향이 느껴지네요.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취미가 아닌 인간과 곤충의 다양한 관계를 연구하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쉽지만은 않은 바람직한 일인 것 같네요. 2006-04-14
21: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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